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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멀어도 마음만은> 독자 리뷰 소개
소수출판사
2015.03.28.
929



길은 멀어도 마음만은
(소수출판사 "나에게 필요한 책" 시리즈 네 번째 책)

 

교보문고 북로그 중에서

http://booklog.kyobobook.co.kr/saint565/1441252

 

쎄인트의 독서 일지

 

살아갈 방법이 있을 거야

 

오늘은 중국 소설을 한 편 읽었습니다. 작가의 이름은 류수훙척박한 환경에서 시작했지만, 긴 고난 끝에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하는 감성적인 느낌이 짙은 소설입니다. 작가는 1970년생이군요. 현재 40대 중반. 아마도 이 작가 또래들이 향후 중국 문단을 이끌어갈 것이라 생각이듭니다. 이 작가 역시 중국에서 꽤 유명세를 타고 있군요. 책도 출간하지만, 요즘 분위기에 걸맞게 인터넷(유명 문학 사이트)에 글과 회화 작품을 많이 올리고 있구요.

 

 

소설의 제목은 한국의 60년대쯤에 유행했던 영화 제목 같군요. 길은 멀어도 마음만은.

터미널 밖에는 농업용 삼륜차가 죽 늘어서 있었는데, 버스 대용이었다. 귀향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버스에서 내려 집까지 가려면 오 자오씩 내고 이런 발동기 삼륜차를 타면 되었다. 쑨궈민은 이 삼륜차를 타고 터미널까지 왔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쑨궈민은 글깨나 읽은 무지렁이로 소개됩니다. 초등학교도 겨우 졸업하는 마을 분위기와 다르게 쑨궈민은 중학교까지 졸업한 덕분에 마을에서 제법 대우를 받습니다. 마을사람들이 대놓고 무시하지 못하는 정도긴 합니다만.

 

 

소설의 시기는 중국의 문혁(문화혁명)이 지나가고 난 후 얼마 되지 않은 듯합니다. 모든 것이 어수선할 때지요. 그나마 먹고 살만한 사람들은 공무원이나 사업을 해서 큰돈을 거머쥔 사람들뿐이죠. 무지렁이 농민들은 하늘만 바라보고 삽니다. 이야기가 시작되는 무대는 쑨덴푸라는 자연부락입니다. 특이한 것은 이 마을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이 구걸하는 전통이랍니다. 전통치곤 참 그렇군요. 구걸의 연혁이 그리 짧지 않다보니 걸인촌이니, 유랑집단이니, 유랑촌이니 하는 별명도 있구요. 그러나 이들은 구걸을 수치스러워하지도 않는군요. 오히려 당당합니다. 그 탓을 주원장(朱元璋 1328~1398)에게 돌리고 있습디다. 중국 명나라의 태조인 주원장은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탁발승이 되어 구걸을 다녔답니다. 주원장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곳에서 찾아봐야겠습니다.

 

 

걸인촌 분위기와 다르게 쑨궈민은 구걸을 싫어합니다. 정당하지 못한 일이라고 간주합니다. 건강한 생각이지요. 성실하게 내 힘으로 내 능력으로 벌어먹고 싶어 합니다. 농사도 곧잘 짓지만 수르나이(태평소와 유사한, 원뿔 모양의 관악기)도 잘 부는 재주꾼입니다. 그럭저럭 먹고 살만한데 이 부부에겐 걱정이 있습니다. 결혼 후 몇 해가 지났는데도 아이가 안 생기는 겁니다. 아이를 생산 못해서 망나니 마을 친구와 마을 사람들이 업신여기는 것이 싫어서 아내 배에 광주리를 엎어주고 거짓 임신을 꾸밉니다. 그러나 한 달, 두 달 시간이 흐를수록 광주리는 큰 것으로 바꿀 수 있지만 진짜 아이가 문제군요. 비밀리에 아이를 구하러 다닙니다. 아이를 팔고 사는 일, 중국에선 흔히 일어나는 일이라고 하지요. 그리고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 한 20~30년 전쯤으로 추측되니 현재보다 더 했겠지요.

 

 

 

그 때부터 쑨궈민과 그의 아내 쑤구이펀의 삶은 예측불허의 회오리바람 같은 일상으로 들어갑니다. 있는 고생, 없는 고생 참 많이 겪는군요. 그래도 이 부부의 특징이 있습니다. 미련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우직하고 성실한 쑨궈민, 남편의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는 그의 아내 쑤구이펀. 쑨궈민의 믿음은 단순하면서도 올곧습니다. “입때까지 살면서 태양이 하루라도 뜨지 않은 걸 본 적 있어? 하늘이 무너진 적 있어? 농작물이 자라지 않은 적 있어? 사람이 음식을 먹지 않고 사람을 먹은 적 있어?”

 

 

 

중국 전국을 돌면서 생활하던 중 식구가 늘었습니다. 부부 외에 다섯 아이가 생겼습니다. 아이를 못 낳아 소쿠리로 가짜 임신배를 만들어야 할 정도였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돈을 제법 벌어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내 쑤구이펀이 남편에게 부탁합니다. 친정 식구들에게 돈을 좀 빌려줬으면 좋겠다고, 그런데 돌덩이 같은 쑨궈민은 단칼에 자릅니다. “안 돼”. 나도 뭐 이런 친구가 있나? 혼자서 번 돈도 아니건만..괘씸하다 생각했지요. 마음에 깊은 상처를 받은 쑤구이펀은 자살 소동을 벌입니다. 한 숨 돌리며 깨어나긴 했지만요. 쑨궈민이 고향집을 눈앞에 두고 그의 식구들에게 전하는 한 마디에, ‘그래 그래야지, 잘 생각했어.’하는 마음이 들더군요.

 

 

 

작가가 이 소설을 구상한 것은 어느 날 새벽 무렵이었다고 합니다. 전날 독일 영화 한 편을 보았는데, 죽음을 앞둔 어머니에게 충격을 줄까 염려해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소식을 감추려고 동분서주하는 가족을 다룬 영화였다고 합니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 뜻은 충분히 전달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을 읽다보면 마치 중국사회의 치부를 들어내는, 또 한 편의 불편한 진실을 담은 책이 아닌가 생각도 들긴 하더군요. 지금도 심심찮게 인터넷 토픽 뉴스로 보게 되는 중국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어둠과 밝음이 공존하며 돌아가는 큰 회전문 같은 것이 중국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쨌든 이 소설의 중심은 어떤 상황에서든 좌절하지 말자. 위를 보자. 관점을 바꿔보자등등의 소박하지만 움켜쥐기 쉽지 않은 말과 생각입니다. 그리고 참 따뜻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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