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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에 새명을 불어넣는 학교도서관을 만들자(고래가 숨쉬는 도서관 캠페인)
사무처
2009.08.01.
2439
책 읽기에 생명을 불어넣는 학교도서관을 만들자

 

조의래

(김해 수남초 교사/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모임 대표)


학교도서관은 아이들의 활동 공간이고 아이들을 위한 장소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도서관의 중심은 항상 아이들이어야 한다. 학교도서관을 운영하는 교사는 더불어 사는 삶의 관점으로 아이들의 온전한 삶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 더불어 사는 삶으로 아이들과 소통하고 교감해야 학교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아이들의 행위는 생명을 가진다. 아이들이 처한 현실을 정면으로 껴안고 어려움과 고통을 이해할 때 학교도서관은 아이들에게 의미가 있다.

 

더불어 사는 삶의 시각이 왜 중요한가?

 

<장면 하나>
여름 한낮.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인적이 드문 시골. 마을 입구에 있는 큰 느티나무 그늘에 앉아서 시골 들판을 바라본다. 한여름 해는 쨍하여 눈이 부신다.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이 흘러내린 앞머리를 간질인다. 벼 이삭이 알맞게 자란 논 사이사이 초록 물감을 쿡 찍어 놓은 것 같은 버드나무가 이파리를 이리저리 뒤집으며 드문드문 서 있다. 시멘트로 포장된 농로 위엔 지나다니는 차도 없다. 여기저기서 울어대는 요란한 매미 소리만이 농촌 들녘의 정적을 깨운다. 저 멀리 늙은 촌부가 지게를 지고 고불고불한 밭두렁 위를 천천히 가고 있다. 촌부는 등에 진 지게를 삿갓배미에 부리고 수건으로 얼굴을 닦는다. 호미로 밭을 매고 있던 촌부의 아내가 뭐라고 말을 건넨다. 느티나무 그늘에 앉아서 바라보는 고즈넉한 농촌의 풍경은 한 폭의 그림같이 아름답고 여유롭다.

 

<장면 둘>
여름 한낮. 멀리서 늙은 농부가 거름지게를 지고 밭두렁을 천천히 가고 있다. 짐을 진 지게도 무겁지만 한여름 더위와 뒤섞여 스물 스물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때문에 숨이 턱턱 막힌다. 내리쬐는 땡볕에 눈이 부시고 흘러내리는 땀으로 눈도 따갑지만, 양손으로 무게 중심을 잡느라 지게 발목을 잡고 있어서 땀을 훔치지도 못한다.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도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거친 숨을 어쩌지 못한다. 키만 멀대 같이 위로 자란 버드나무는 촌부를 위해서 한 뼘 그늘도 만들지 못하고 제 몸만 뒤집는다. 차도 한 대 지나가지 않는 시멘트 길에서는 더운 열기만 게워내고 여기 저기 울어대는 매미소리에 귀까지 먹먹하다. 촌부의 구부정한 등에 진 덧거름 지게는 땀으로 쫙 달라붙은 어깨를 무겁게 짓누른다. 좁고 구불구불한 밭두렁엔 지게를 내리고 잠시 쉴만한 곳이 없어 묵묵히 느린 걸음을 옮긴다. 매년 두어 마리 먹여 돈 사던 송아지도 치솟는 사료 값을 감당 못해 천덕꾸러기가 된 지 오래고, 미국소가 들어온다고 똥값 되어 발걸음이 더욱 무겁다. 밭 끝자락에는 아낙이 녹슨 호미로 김을 매고 있다. 홑바지 하나도 변변찮은 가난한 촌동네로 시집와서 사시사철 흙먼지 마를 날이 없었던 아낙의 부드러운 손은 고목나무 둥치로 변한 지 오래다. 한 때는 고운 새악시였으나 이제는 머릿 수건만 걸쳐도 여느 상일꾼 못지않다. 자식 공부시키고 시집, 장가보낸 밑천이 되었던 손 바닥만한 밭뙈기에 도착해서야 촌부는 겨우 지게를 부리고 허리를 한 번 편다. 흐른 세월만큼 일이 예전 같지가 않다. 뒤춤에 찔러 둔 꼬질꼬질한 수건으로 땀 범벅된 여윈 얼굴을 한번 훔친다. 쉬엄쉬엄 하라는 아낙의 말은 귓가로 흘린다.


두 개의 장면은 여름 한낮의 같은 농촌 풍경이지만 전혀 다른 풍경처럼 보인다. 첫 번째 농촌 풍경은 비껴 서서 바라보는 삶의 모습이다. 바라보는 삶에서는 바라보는 사람이 중심이다. 시원한 나무 그늘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농부를 중심에 놓지 못하고 농부의 삶도 이해하지 못한다. 땡볕 아래에서 일하는 농부의 고통과 아낙의 한숨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여름 한낮에 무거운 거름지게를 지고 가는 농부의 느린 걸음이 여유롭고 아름답게 보일뿐이다. 바라보는 삶의 시선에서 볼 때 농촌의 현실은 비껴 설 수밖에 없고 농부의 행위는 생명이 없다.
이에 견주어 두 번째 농촌 풍경은 더불어 사는 삶의 모습이다. 더불어 사는 삶의 시각에서 본 농촌의 풍경은 농부가 중심이 된다. 그래서 땡볕아래 거름 지게를 지고 느린 걸음을 걸을 수밖에 없는 팍팍한 촌부의 삶을 안다. 밖으로 드러나 있지 않지만 힘겨운 농촌 현실과 마주한 삶의 무게를 의미있게 받아들이고 농촌의 현실을 정면으로 껴안는다. 더불어 사는 삶의 시각으로 볼 때 비로소 농부의 모든 행위는 생명력을 가진다.


학교도서관 역시 교사의 관점이 중요

학교도서관도 마찬가지이다. 학교도서관에는 많은 아이들이 와서 책을 읽는다. 그러한 아이들을 비껴 서서 바라보는 삶의 모습으로 보게 되면 아이들이 중심이 되지 못한다. 밖으로 드러난 모습만 보게 된다. 바라보는 교사가 중심이 되어 아이들은 비껴 설 수밖에 없다. 아이들은 학교도서관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학교도서관에서 아이들이 책 읽는 행위는 생명을 잃게 된다. 학교도서관은 아이들의 활동 공간이고 아이들을 위한 장소이다. 아이들을 중심에 놓아야 한다. 학교도서관을 운영하는 교사는 더불어 사는 삶의 관점으로 아이들의 온전한 삶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 더불어 사는 삶으로 아이들과 소통하고 교감해야 학교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아이들은 행위는 생명을 가진다. 아이들이 처한 현실을 정면으로 껴안고 어려움과 고통을 이해할 때 학교도서관은 아이들에게 의미가 있다. 이처럼 학교도서관을 운영하는 교사의 관점에 따라 아이들의 책 읽는 활동은 생명을 잃기도 하고 생명을 가지기도 한다. 모든 아이들이 다 책읽기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책읽기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이 더 많은 현실에서 학교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아이들은 모습은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아이들의 단점까지도 사랑하고 아이들을 중심에 둔 학교도서관 운영과 행사로 책 읽는 활동에 생명을 불어 넣어 보자.


전통으로 자리잡아야 할 것과 단기 행사를 구분

된장은 예로부터 우리 민족의 주요한 먹거리였다. 잘 익은 된장만으로도 훌륭한 반찬이 되었고, 다른 음식에 된장만 들어가면 찬 맛이 살아났다. 장맛이 좋은 집엔 음식도 모두 맛이 있었다. 그래서 콩을 고르는 것부터 메주를 띄우는 것 까지 하나하나 정성을 다했다. 좋은 장맛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랜 시간을 걸쳐 서서히 익어간다. 학교도서관 운영도 장이 익어가는 과정과 같다. 봄부터 겨울까지 아이들을 중심에 두고 조금씩 풀어 내야한다. 이제 여름이다. 봄부터 계획하여 준비한 학교도서관 운영과 행사가 서서히 제 모습을 드러내도록 할 시기다. 1년 동안 꾸준히 익어가도록 학교도서관이 아이들 속에서 자리를 잡도록 하는 시간이다. 우리 학교도서관만의 전통을 아이들과 학부모와 함께 만들어 보자. 학교도서관 곳곳에 아이들 손때가 묻고 숨결이 머물도록 하여 생명의 기운을 불어 넣자.
계절이 바뀌고 입맛이 떨어지면 된장 이외에도 입맛을 돋울 뭔가가 필요한 법이다. 입맛을 돋우기 위하여 상다리가 휘어지는 산해진미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제철에 맞는 상큼한 겉절이를 곁들인 소반도 잃었던 입맛을 싹 돌아오게 만든다. 여름이 되면 학교도서관에도 입맛을 돌게 만들 상큼한 겉절이가 필요하다. 학교의 실정과 아이들의 상황에 맞는 신선한 책 읽기 행사나 도서관 행사를 준비하자. 아이들이 기말시험을 치르고 난 뒤나 여름 방학은 좋은 기회다. 한여름의 밤의 영화관도 좋고 달빛 음악회도 좋고 밤샘 시 낭송회도 훌륭한 겉절이가 된다. 아이들과 함께 만들고 아이들을 주체로 세우는 간단하면서도 상큼한 겉절이 감이 많이 있다.(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모임 까페나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전국의 도서관 담당교사와 사서교사들이 올려놓은 자료를 참고할 수 있다.) 구수한 된장에 상큼한 겉절이를 버무린 소반이 잃어버린 입맛을 돌아오게 하듯이 아이들이 책 읽기에 흥미가 떨어질 때쯤 실시하는 특별한 책 행사는 학교도서관을 풍성하게 만들고 아이들의 책읽기에 생명을 불어넣을 것이다. 책 읽기에 생명을 불어 넣으면 학교도서관이 살아 움직인다. 학교도서관이 아이들에게 신비한 마술을 부린다.


수남초등학교 학교도서관의 들꽃 나들이

내가 근무하는 수남초등학교는 전교생이 42명인 조그만 농촌학교이다. 지난 4월에 반 아이들 6명과 학교 주변 들판으로 들꽃 나들이를 나갔다.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한 권 씩 들고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들판을 거닐었다. 많은 들꽃들이 지천으로 피었다. 아이들과 쪼그리고 앉아서 여러 가지 들꽃들도 들여다보고 향기도 맡았다. 수많은 들꽃 중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들꽃 한 가지를 정하여 자신의 이름을 붙였다. 나는 애기 봄맞이꽃에 이름을 붙였다. 조금 무료해질 때 쯤 나이가 700년 된 당산나무 아래 정자에서 가져갔던 책도 읽었다. 학교로 돌아와서 나들이 때 채집한 들꽃과 관련된 책을 찾아보았다. 아이들은 제각기 자신이 이름 붙였던 들꽃부터 먼저 찾았다. 다른 친구들이 이름 지어 준 들꽃도 찾아보았다. 들꽃을 예쁘게 붙여서 동생들에게 선물할 책갈피도 만들었다. 들꽃 이름 맞추기 놀이도 하고 머리를 맞대고 들꽃 도감도 만들었다. 들꽃 나들이와 들꽃 책 놀이는 과학책을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과학책을 자연스럽게 보도록 만들었다. 그 뒤에도 학교를 오가며 자신의 들꽃이나 친구들이 이름지어준 들꽃을 보면 호들갑을 떨곤 한다. 한동안 들꽃은 아이들 마음에서 쉬 떠나지 않았다. 학교를 오가며 늘 보아왔던 들꽃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던 들꽃이었다. 그러나 이제 아이들에게 들꽃은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게 된 것이다. 학교도서관에서 늘 보아왔던 책도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며 읽으면 생명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생명을 불어 넣는 책 읽기라고 생각한다. 책 읽기에 생명을 불어 넣는 학교도서관에는 새로운 꽃이 필 것이다. 올해 학교 담장에서 피었다 진 하얀 찔레꽃은 더 이상 작년에 피었던 그 찔레꽃이 아닐 것이다.

Siddarth  13/05/01 06:20  삭제
That's the thniikng of a creative 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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