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 (정규, 비정규, 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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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고래가 숨쉬는 도서관 2010년 겨울호 책모임이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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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21.
1584

 

책만 읽던 바보가 엄마가 되니

 

저는 책을 참 좋아합니다.

아이 때 남의 집에 놀러 가면 그 집 책꽂이 탐험이 끝나야 놀이를 시작했지요.

그래서 공부도 잘 했겠다고요? 근데 그렇진 않았어요.

도서관 분류번호 800번대 이야기책의 스토리만 엄청 빠르게 그야말로 재미나게 읽어대기만 했었던 거죠.

‘재미난 책’ 밝힘증은 여전해서 첫아이를 임신했을 때는 소장도서가 많은 편에 속하는 동네 도서관에 시간 날 때마다 찾아가 그림책과 이야기책을 거의 다 읽었습니다.

큰애를 낳자마자 눈에 뵈는 게 없는 때부터 책을 읽어주었고요. 그러다 작은애가 태어나 육아에 정신없다보니 책 읽어주기가 소홀해 지더군요. 시간 약속을 해서 동네 또래아이들을

불러 그림책을 읽어주기 시작했지요. 남의 애가 끼니 자연 꾸준히 읽어줄 수밖에 없더라고요.

아이들에게 책으로만 세상을 보여줄 수는 없는 법.

6살이 되어 유치원에 들어간 큰 애 친구들을 모아 동네 흙바닥 공터에서 전래놀이를 했습니다. 형이건 누나건 지나던 아이 누구나 같이 어울려 놀았는데. 적게는 너댓 명에서 많게는 서른 명이 훨씬 넘는 아이들이 “전래놀이 할 사람 여기 붙어라!”를 외치며 시작했지요. 언제나 같은 시간에 놀이를 해야 놀고 싶은 아이들이 찾아오기 때문에 4년 넘게 비가 오면 우리 집에서 눈이 오면 눈싸움하며 놀았죠. 나름 얼마나 열심히 했냐면요. 외출했다 전래놀이 시간에 맞춰 돌아오느라 과속해 사진에 찍히기도 하고, 제삿날도

전래놀이는 하고 갔었죠.(어머님 죄송해요!)

두 아이를 데리고 생태체험이나 전시회, 음악회도 자주 다녔는데 자동차 빈자리가 아까워 다른 친구들을 꼬옥 데려갔습니다. 그러다보니 같이 다니는 가족들이 점점 늘어나더군요.

엄마는 점점 흑심이 생기고 다시 책이 필요해지기 시작합니다.

편하게 다니던 ‘전시회도 뭔가를 하고 보면 더 낫지 않을까?!!!!! 흐흐흐흐 그거야!’

그때부터 엄마의 시행착오가 시작됐습니다.

박물관에 갈 때 관련 도서를 읽거나, 활동지를 만들어 해보거나, 유물을 그려보거나

사람이 적은 박물관에 갈 때는(규장각 같은 곳) 각자 한 가지씩 공부해 서로 설명해주기도 하고 ‘화가들의 천국’ 전시 때는 연극놀이로 배경지식과 호기심이 생기게 준비도 해보고

초등 필수 답사 코스인 경주는 다섯 집이 모여 한 달 넘게 준비를 하고 혼자서는 절대

못하지요. 엄마들이 다양하게 도와주셨습니다.

당신 거실을 놀이 장소로 제공하거나, 아이들 간식을, 운전을, 사진을 등등등 든든한 지원자들이 늘어날수록 판이 점점 커지게 되더군요.

다른나라 문화로도 관심을 뻗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중앙박물관에서 하는 세계문명전을 이용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작은 이집트. 여러 번 전시 보고 해설도 듣고, 전시를 잘 보기위한 40여장짜리 교재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엄마들에게 도움을 청했죠. 과거 전공이나 직업, 취미, 특기 모두 고려해 엄마들 담당이 정해집니다.

두 달여 준비 끝에 드디어 이집트 문화를 펼치는 행삿날. 4명이 한조인 아이들이 엄마들 자리를 찾아다니며 이집트로 여행을 떠납니다. 잔치에 빠질 수 없는 이집트 음식까지.

50명이 넘는 아이들이 참석했던 잉카전. 그리스대사관 직원인 어머니 덕에 더 풍요로웠던 그리스전.

도우미 어머니들을 소개 할 때 “이 정도의 진행자들이면 인건비가 천문학적이다."며 제가 거품을 물 정도로 전문가 뺨치는 어머니들 덕분에 모두 성공적인 행사였습니다.

돈도 안 되는 이상한 짓만 한다고 동네에서 외계인 취급 많이 받았습니다. “호연엄마 간첩이지?” 하는 소리까지 들었고요.

우리아이나 같이 놀았던 아이들의 행사나 답사 때 보여준 표정이나 눈빛을 보면 이 짓도 중독이 된다는 걸 모르는 엄마들이지요.

책을 읽다 우리가 놀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행복해 할 아이들을 위해 재량휴일인 내일도 모여서 사진전에 갑니다. 엄마는 사진에, 아이는 간식으로 사준다는 와플에 잔뜩 기대를 하며 내일 이야기를 나눕니다.

김진희 (학부모. 학도넷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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