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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독서의 해를 시작하며 (잡지저널 4월호)
사무처
2012.05.25.
1338

  2012 독서의 해를 시작하며**이글은 잡지저널 4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시내 대형서점을 나가 보셨는가? 진열대 앞은 책을 고르는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온라인서점이 운영하는 인근 헌책방도 마찬가지이다. 동네 도서관에 새로 도착한 신간 도서는 비치하기 무섭게 대출되어 간다. 또 베스트셀러 목록에는 쉽지 않은 인문서적들이 장기간 수위를 차지하여 매출을 기대하지 않았던 출판사 마케터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모두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고 우리 얘기다. 이것만 보면 우리의 독서열기와 수준은 꽤 높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표되는 각종 독서 수치를 종합해보면 독서에 대한 문제점이 심각하다는 것으로 알 수 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가?

10%의 상위기업이 90%의 매출을 차지하는 식의 경제원리는 독서에도 적용된다.

즉 소수의 多讀者와 다수의 不讀者가 확연히 구별되어 있기 때문이다. 국민독서운동은 후자를 위해 이루어져야 한다. 1년 동안 한 권은 커녕 책과는 완전히 담을 쌓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책의 재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에 그 초점을 두어야 하는 것이다.

정부가 처음으로 주도하는 이 운동이 하필이면 주요 선거와 올림픽, 엑스포 등 볼 것 많은 해에 열려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더구나 독서운동에 있어서 중요한 일이 독서환경을 조성하는 일인데 청소년 독서의 가장 큰 방해요소인 게임 산업을 증진시켜야 하는 업무도 함께 갖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독서의 해를 주도함으로서 왠지 어울리지 않는 모양새가 됐다. 차라리 교육부가 추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어쨌든 그동안 민간단체 차원에서 추진하던 독서운동을 정부에서 주도하니 기대된다.

좋다. 시작이다. 가장 먼저 할 일은? 독서운동가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아 해외 사례를 듣고 우리 운동 방향을 설정해야 되겠지. 맞다. 누가 이 업무를 담당하든지 이게 순서인 것 같다.

그리고 심포지엄을 열었다. 언제? 독서의 해 시작 불과 보름 전에.

이 자리에서는 영국과 일본, 호주의 추진사례를 들을 수 있었는데 마침 호주가 우리와 똑같이 올해를 독서의 해로 정해 이에 대한 준비사항을 우리와 비교할 수 있었다. 놀랍지 않은가? 그들은 이미 준비를 모두 마치고 자국의 정책을 홍보하러 다니는데 우리는 이제야 사례 청취를 하고 있다니. 한국인이니까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또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각 분야 독서관계자들의 정부에 대한 건의 내용이 필자가 몇 해 전 참석한 심포지엄에서 나온 내용과 거의 같다는 것이었다. 결국 수년간 같은 내용을 계속 건의해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외국의 구체적인 독서운동사례를 들을 수 있던 것에 반해 실질적이어야 할 우리의 토론 내용은 시간 등의 제약으로 각계각층의 참여, 민관 협력 체제 구축과 같은 뻔한 내용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다양한 분야의 독서운동가들이 귀한 시간을 내서 참석한 만큼 밤을 새워서라도 치열한 토론을 거쳐 효과적인 방향과 구체적인 실천방향이 나올 수 있는 자리였는데 아쉽기만 했다.

그리고 수개월 후 독서운동의 연간 계획이 발표되었고 3월 10일 독서의 해 선포식을 시작으로 한 해 동안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내용을 보면 독서치료, 인문학강좌, 문화자원 연계 프로그램, 독서나눔콘서트, 언론과 연계한 2012프로젝트 등 각계 각층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독서활동이 보인다. 또한 이를 월별로 세분화함으로써 독서운동의 추진 의지를 구체적으로 보여 주었다. 그 중 관심을 모으는 것이 독서관련 기관, 단체 간 네트워크 구축사업인데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단기간의 내용임에 반해 이것은 시급해 보이지 않음에도 독서운동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 이것 하나만 제대로 해도 독서의 해 사업은 성공했다고 봐도 좋을 듯하다. 왜냐하면 독서운동의 추진 주체는 결국 민간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침독서운동, 북스타트 운동, 작은 도서관 운영, 도서관 활성화 사업 등이 모두 독서에 열정을 가진 개인들의 헌신적인 땀과 노력으로 이루어졌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우리의 독서운동이 이만큼 오지 못했을 것이다.

독서운동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앞으로도 민간단체와 개인의 활동이 중요한데 가장 어려운 점이 출판사, 도서관 사서, 독서 운동가들의 상호 정보 부족이다. (예산의 부족 문제는 꺼내지 않는 게 이럴 때는 예의다.) 출판사는 홍보할 기회가 없고, 도서관은 프로그램 개발이 힘들고, 작가나 강사들은 설 자리가 없다. 서로 모르기 때문이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출판사와 도서관 그리고 작가, 강사들을 묶어 정보 교류를 하고 있는데 하루빨리 네트워크 사업이 진행되기를 바란다. 다만, 이 사업이 그저 리스트만 나열하는 식으로 해서는 곤란하다. 서로의 이해와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독서운동의 꽃은 축제다. 대한민국은 1년 내내 독서축제가 벌어져야 한다고 단언한다.

경제도 어려운데, 예산도 없는데 웬 축제냐고 반문할 분이 많을 것이다.

걱정 붙들어 매시라. 돈, 많지 않아도 된다. 그 방법을 알려드리겠다.

먼저, 축제가 무엇인가? 노는 것이다. 축제는 왜 하는가? 심심해서 한다. 자, 답이 나왔다.

축제기간을 정해서, 업체를 정해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짜려니 돈이 들어가는 것이다.

도서관 이용자나 마을 주민들이 모여 10월 1일에 행사를 한다고 치자. 이럴 경우 첫 기획회의를 1월에 하고 그 때부터 축제는 시작된다. 가족이 되었건 친구가 되었건 책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하나씩 정해 그 날 서로 준비한 음식을 먹으며 발표하면 끝이다. 어느 가족은 역할을 정해 동화 구연을 할 것이며 할아버지는 열 달 동안 갈고 닦은 실력으로 시 낭송을 하실 것이다. 동아리 친구들끼리는 독서신문을 만들어 전시하고 유치원 막내는 동요를 부른다. 그럼 주최측은 무엇을 하는가. 준비기간 동안 한 번씩 만나 진행 사항을 점검하고 격려하고 그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만들면 된다. 지난 300일간의 여정이라고 해서 책으로 만들면 더욱 좋겠다. 이게 축제다. 모두가 주인이 되어 참가하고 참가하기 위해 꾸준한 독서로 이어지는 것.

하고 싶은 단체가 있으면 연락주시라. 구체적인 방법까지 알려드리겠다.

 

아마도 축제를 여는 소재 중 가장 많은 것이 책이 아닌가 싶다. 형태는 조금씩 다르지만 단체는 물론, 지자체, 도서관, 심지어 소규모 초등학교에서도 책축제를 연다. 좋다. 모든 행사의 공통점은 예산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학교 선생님, 도서관 사서, 자원봉사자들의 뜨거운 열정으로 이를 헤쳐 나가고 있다.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세계에서 하나 뿐인 책의 도시인 파주출판도시에서는 5월과 10월에 큰 축제가 열린다. 올해로 열 번째를 맞이하는 어린이 책 잔치는 국내에서 가장 큰 어린이 책 축제로 100여개의 어린이 출판사가 참여하여 테마 전시와 각종 공연, 작가 만남과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또한 가을에 열리던 책 잔치는 작년부터 파주북소리라는 이름으로 출판도시 전체를 책방거리로 조성하는 사업과 함께 국제적인 행사로의 발돋움을 준비하고 있다. 건축의 아름다움과 어우러진 환경 속에서 책의 향기에 흠뻑 빠질 수 있다.

6월에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은 말 그대로 대한민국의 출판을 대표하는 행사로 세계 각국의 우수한 도서와 저자를 만날 수 있다. 매년 주빈국을 두어 그 나라의 우수한 문학 작품을 심층적으로 느낄 수 있다.

홍대 앞에서 열리는 와우북페스티벌은 홍대 고유의 문화와 젊은 층의 열기가 어우러져 특히 20~30대에게 인기가 높다. 주변 까페와 갤러리들을 활용한 알찬 프로그램이 많다.

별도의 행사장이 있는 것이 아니고 거리와 주차장에서 열려 주변 상인과 官의 이해와 협조없이는 이루어지기 힘든 행사다. 수년간에 걸쳐 이를 잘 극복해왔고 올해는 5월 어린이날 축제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이 밖에 지자체들에서도 다양한 책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한글날 전후에 덕수궁에서 진행되는 서울북페스티벌은 궁궐 안에서 열리는 것이 매력이다. 특히 올해는 서울시 대표 도서관이 행사 즈음에 개관될 예정이라 서울광장 일대가 책 속에 빠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책 읽는 도시로 성공한 김해, 순천은 물론 관악구, 성동구, 강동구 등에서도 각 지역 여건에 맞는 개성있는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파주출판도시에서는 5,10월 축제 기간외에도 1년 내내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출판도시안의 출판사 책방을 중심으로 저자 초청은 물론이고 책속의 다양한 내용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 상시 펼쳐지며 특히 매월 마지막 주말을 동네북데이로 정해 벼룩시장과 공연 등 더욱 많은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또한 출판도시안의 책방을 탐방하며 미션을 푸는 견학과 독서캠프 등이 독자들을 맞을 채비를 마쳤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축제가 단기성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또한 의무적이고 전시성으로 해서도 안된다. 중앙정부사업의 보조 맞추기 성격이나 단체장 홍보, 실적 쌓기를 위한 책 축제로 변질될까 우려된다. 책 축제가 다른 행사에 비해 예산이 적게 들고 뒷말이 없고 생색내기 좋기 때문이다.

 

 

독서의 해는 시작되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정부의 야심찬 추진 계획에 비해 출판계와 도서관계는 아직까지 밋밋한 분위기다. 마치 언제는 독서의 해가 아니었느냐는 듯.

현장에서는 주5일제 수업에 따른 토요프로그램과 아이들을 독서로 끌어 들이기 위한 방안을 짜느라 여념이 없다. 토요전면 휴무가 독서문화 향상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제 도서관은 체험학습 전문 학원과 게임방과 경쟁해야 하고 작가와 출판사는 아이돌 가수와 TV 드라마와 일대 격전이 불가피하다.

승산이 있는가? 상황은 그리 만만치 않다. 적들을 아군으로 만들어야 한다.

때문에 독서의 해 성공을 위해서는 언론매체를 많이 이용하는 것이 최선이다.

몇 년 전 방송에 나온 ‘기적의 도서관’과 ‘느낌표’가 생각나지 않는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프로게이머가, 아이돌 가수가, 프로 운동선수가 책을 읽는 모습을 TV에서 보여주자.

올해 독서의 해가 성공하여 책읽는 소리가 전국에 울려 퍼지길 바란다.

 

 

* 주요 책 축제일정

일시

축제명

장소

5/3 ~ 6

파주출판도시 어린이책잔치

파주출판도시

5/4 ~ 6

어린이와우북페스티벌

홍대앞

6/20 ~ 24

서울국제도서전

코엑스

9/15 ~ 23

파주북소리

파주출판도시

9, 10월 중

와우북페스티벌

홍대앞

10월 한글날 전후

서울북페스티벌

덕수궁

 

  * 필자

  박형섭 (파주책나라 대표, 축제 및 프로그램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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