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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들 홀로 서게 한 그라민은행 유누스 이야기
학교도서관
2006.12.25.
2658
한겨레신문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

겨울이 되면 떠오르는 영상이 있다. 첫 아이를 낳은 지 얼마 안 된 어느 날, 남대문역 지하보도를 건너다 문뜩 눈에 들어온 노숙자의 모습. 상자를 깔고 한 여인네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어린 아이에게 젖을 먹이고 있었다. 바람막이로 주위를 둘러놓은 상자 사이로 아기의 여린 발가락이 보인다. 다시 오르는 계단이 무겁기만 했다. 왜 이런 모습으로 이들이 이곳에 있어야 하는가? 가난이 단지 아낙네와 어린 것의 무기력과 무능함 때문일까? 그러나 오히려 주변의 가난한 사람들을 보면서, 나 자신에 대한 무력감과 무능함을 느낄 때가 많았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세상사람들의책 펴냄)는 올해 노벨 평화상을 받은 무하마드 유누스의 자서전이다. 1974년 방글라데시에는 엄청난 기아가 몰아닥쳤다. 한 줌의 양식이 없어서 죽어가는 사람들 앞에서, 대학에서 열성적으로 가르쳤던 경제학의 완벽하고 아름다운 이론들은 무의미했다. 이런 환멸은 그를 작은 마을 조브라로 향하게 한다. 마을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은 게으르지도 않으며 단지 기회가 없었을 뿐임을 깨닫는다. 몇몇 사람들에게 주머니에 있는 돈을 꺼내주고 싶었지만 꾹 누르고 그들이 진정으로 올곧게 설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이렇게 시작된 일이 바로 무담보 소액융자다. 그가 세운 그라민(마을)은행에서는 ‘사람은 정직하다’는 전제조건 아래 4~5명의 그룹단위로 무담보 소액융자를 해준다. 융자를 받은 사람들은 돗자리를 짠다든지, 닭을 키운다든지 하는 소규모 일을 시작하고, 번 돈으로 융자금을 매주 꾸준히 갚아 나가며 자활의 기회를 갖는다. 기존의 은행 시스템이 불신에 기초하는데 반해, 서로 신뢰하고 지속적으로 좋은 관계를 맺으면 원금 상환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신념과 원칙은 98%가 넘는 원금 상환율로 보답받고 있다. 유누스가 가난한 사람들을 향해 내딘 한걸음은, 1976년 그라민은행을 설립한 이래 지금까지 모두 600여만명에게 ‘자활의 길’을 열어주었으며, 직원 1만8151명, 지점 2185개를 운영하는 거대 은행으로 성장하게 했다. 또 아프가니스탄, 카메룬 등 저개발 국가는 물론이고, 미국, 캐나다, 프랑스 등 선진국에 이르기까지 37개국으로 퍼져나가 9200만명의 빈민들이 소액 대출제도의 혜택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0년 ‘신나는 조합’을 시작으로 사회연대은행, 아름다운 재단 등이 소액융자를 시행하고 있다.

저자는 “인간은 라이트 형제가 12초 동안 공중을 날았던 이래 불과 65년 만에 달에 발을 디딜 수 있었습니다. 가난도 아마 50년이 지나지 않아서 우리를 우리의 달에 발 딛게 할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전미라/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모임 회원, 태릉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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