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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하되 비판적 사고로 백성 삶 걱정했던 실학 고전
학교도서관
2007.02.06.
2787
유연하되 비판적 사고로 백성 삶 걱정했던 실학 고전
한겨레신문
북학의

일제 강점기 영국 여성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하고 그 인상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 엘리자베스 키스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무력이나 물질 위주의 사고방식을 싫어하고 정신적 바탕과 도덕적 용기가 대단한 민족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지금은 오히려 일본이 무색할 정도로 물질을 추구하며 2050년에는 세계에서 두 번째 잘 사는 나라가 될 거라면서 돈 벌기에 혈안이 돼 있지만 엘리자베스 키스가 방문했던 그 시절 뿐 아니라 박제가가 살았던 조선 중기(1750∼1805)에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도통 잘 사는 데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새색시가 가마를 타고 가는 사극의 한 장면을 보면서 ‘가마를 메고 가는 사람들이 정말 힘들겠다’는 걱정을 했는데 그러면서도 ‘서양의 귀부인들이 타고 다니는 마차를 타면 보다 수월하겠다’는 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사극 어디에도 마차를 타고 다니는 양반이나 부인들의 모습은 없다.

1778년 이덕무를 따라 청나라에 다녀온 박제가는 수레를 타고 다니는 중국인들이 몹시도 부러웠는지, <북학의>(서해문집 펴냄) 내편은 수레에 대한 자세한 설명으로 시작된다. 수레를 이용하면 사람이 하는 일보다 힘들이지 않고 몇 배나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이용하지 않는지, 수레만이 아니라 갑판을 설치한 배, 각종 농기구, 벽돌, 밭이나 물의 이용 등 중국의 유용한 문물과 기술을 소개하며 우리나라가 이런 것들을 받아들이지 않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보다 인간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잃고 있다며 안타까워 하고 있다.

백성들이 잘 살고 못 살고 보다는 명분과 체면이 목숨보다 소중해 오랑캐가 세운 청나라에게 배운다는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시대에 유연하고 비판적 사고로 백성들의 윤택하고 풍요로운 삶을 도모하고자 했던 이들이 실학자들이었으며, 그 중 박제가는 이용후생(쓰임을 이롭게 하고 생을 두텁게 함)학파로서 누구보다 현실적인 사고를 가진 이었다.

교과서를 통해 박제가와 그의 저서<북학의>란 책의 이름만 들어봤을 뿐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없었는데 요즘 청소년과 일반인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고전의 출판이 활발해져 이 책을 접할 수 있는 행운을 갖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그 시대에 조금 일찍 중국의 선진 기술을 받아 들였다면 보릿고개마다 굶주리며 울던 백성이 줄었을 텐데, 좀 더 일찍 안락하고 풍요로운 삶을 위해 노력했던 분들이 많았더라면 사람도 가축도 좀 더 편히 살 수 있었을 텐데’하는 하나마나한 상상을 해 보았다. 공부를 하는 것이 인격의 수양이라고 믿으며, 오로지 과거 시험 하나에 목숨을 걸고 굶주린 배를 안고 책을 읽었던 청렴한 선비가 있어 찬란한 정신적 문화유산을 가질 수 있었지만, 너무 굶주렸던 과거 때문에 미친 듯이 물질을 탐하는 지금 우리의 모습이 된 게 아닐까 싶어 아쉬움이 남는다.

박혜경/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모임, 영남중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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